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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번역] 포스톨 나가, 아이브 올라가! by 존 그루버


어제 오늘 블로그 업데이트가 좀 뜸했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 하느라 입대.. 아니 예비군 훈련 중이거든요 :-) 

어깨 상태 때문에 영락없이 하루 종일 의무실 신세를 졌는데 막간을 이용해 존 그루버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베르뜨랑 세를레이와 함께 애플에서 OS X과 iOS 이 두 운영체제의 어머니(?)급 지위를 가지고 있던 스콧 포스톨이 사임했다는 충격적인 사설을 읽었습니다. 이미 그 사설을 읽고 있을 때 쯤에는 애플 및 IT 관련 외신에 일파만파 이슈가 되고 있더군요. 

제가 이번 이슈에 대해 어설픈 논평을 쓰는 것 보다, 애플 내부에 어느정도 정통하고 또 관련 기사를 지속적으로 다뤄온 존 그루버(John Gruber)의 사설을 직접 소개하는게 좋을 것 같아 막간의 시간에 번역한 것을 올려봅니다.

포스톨 나가, 아이브 올라가 (Forstall Out; Ive Up)

by John Grubber (➥ 원문 링크)

애플에 블록버스터급 임원 인사 이동이 있었다. 스콧 포스톨(Scott Forstall)이 애플을 떠난다. 핵심 단락은 이렇다.

(애플 보도자료에서) '기존에 산업 디자인 수장을 맡고 있던 조니 아이브(Jony Ive)가 애플 전반의 휴먼 인터페이스(HI)을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그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디자인 미학은 지난 10년 이상 애플 제품에 룩 앤 필(Look & Feel)을 불어넣어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에디 큐(Eddy Cue)는 시리와 지도 부분을 추가로 책임지며 애플의 모든 온라인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관리하게 될 것입니다. ...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는 iOS와 OS X 이 둘을 총괄하게 됩니다.'

포스톨은 오랜 시간 애플 내부를 분열시켜온 임원이였다. 혹시 6주 전쯤 스큐어몰픽 UI 디자인과 관련해 애플 내부의 갈등을 다룬 오스틴 카(Austin Carr)의 기사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를 기억하는가?:

'애플 내부에서 이 이슈(주: 스큐어몰픽 디자인)가 점점 대두되고 있었다. 애플의 iOS 수석 부사장 스콧 포스텔이 스큐어몰픽 디자인을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조니 아이브를 비롯한 다른 고위 임원들은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애플의 디자인 프로세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얼마나 치장이 많이 달려있는 것으로도 이것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포스톨에 앞서, 스큐어몰피즘을 장려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지난 5월 셰인 리치몬드가 진행한 조니 아이브와의 인터뷰에서는 이 부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가짜 바느질 모양(주: 캘린더 상단의 가죽 스티치)에 대해 언급하자 아이브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이런 제스쳐는 그것을 대놓고 싫어한다는 내색이 아니라, 일종의 공감의 제스쳐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그는 이 부분을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을 회피하며 외교적인 답변을 이어나갔다. "저는 먼저 제품 아이디어를 위해 다른 팀들과 협력하는 것에 주목합니다. 하드웨어 만드는 것은 그 다음이죠. 그것이 저희들이 집중해야 하는 일이자 저희들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기자님이 말한 그런 요소들은 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연관이 생겼다.

포스톨은 오랜 시간동안 애플에 몸 담아 왔다. 90년대 초반 넥스트(NeXT)시절부터 NeXTSTEP과 맥 OS X, 그리고 iOS를 진화시키는 일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애플의 보도 자료엔 포스톨에 대한 팀 쿡의 배려있는 말이나 감사말을 꼬빼기도 찾아볼 수 없다. 맨스필드(Mansfield)가 지난 5월에 은퇴할 때나(다시 은퇴를 번복했다.), 2011년 3월 베르뜨랑 세를레(Bertrand Serlet)가 애플을 떠날 때랑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즉 포스톨 스스로 애플을 나가는 것이 아닌 처벌을 받는다는 소리다. 그의 디자인 취향이나 엔지니링 관리 능력, 그의 까칠한 스타일, 최근에 불거진 iOS 6 지도가 포스톨이 처벌받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나 개인적으로는 포스톨과 스티브 잡스의 가까운 관계로 인해 포스톨이 스티브 잡스로부터 얼마나 든든한 보호막을 제공받아 왔는지 궁금해졌다. 물론 그런 보호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포스톨에 관해 이 말은 하고 싶다. 그는 iOS의 탄생을 담당했던 사람이며, 베르뜨랑 세를레와 함께 OS X을 아이폰 운영체제의 근간으로 삼자는 아이디어의 창시자였음을 말이다. 앞으로 조니 아이브의 디자인 취향이 애플의 소프트웨어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이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톨의 리더십하에 iOS가 전례없는 승승장구의 길을 걸어온 것이 사실이다.

오늘 발표된 애플의 보도 자료에는 실적이 나빠 사람들로부터 아무런 칭송도 받지 못한 리테일 담당 존 브로웻(John Browett)의 퇴직도 짧막하게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브로웻은 임원이 된지 이제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 포스톨의 해고가 중대한 변화다. 브로웻의 해고는 팀 쿡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고쳐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논할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다. (애초에 브로웻을 고용한 장본인이 팀 쿡이었다.)

...

내가 애플을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광고나 보도 자료에서 볼 수 있는 애플만의 정갈함이다. 오늘 애플의 분기 실적 발표 자료가 다른 회사들의 자료에 비해 지나치게 말을 아끼고 있다는 아틀란틱(Atlantic)지의 데렉 톰슨(Derek Thompson)의 논평을 접했다. 하지만 이번 포스톨이 애플을 떠나는 것을 알리는 보도 자료는 이와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여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문의 협업을 증가하기위한 변화를 애플이 알립니다.(Apple Announces Changes to Increase Collaboration Across Hardware, Software & Services)"라는 제목 뒤로 “조니 아이브와 밥 맨스필드, 데이 큐, 크레이그 페데리기에게 사명을 부여합니다.(Jony Ive, Bob Mansfield, Eddy Cue and Craig Federighi Add Responsibilities to Their Roles)” 라는 부제가 따라왔다.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는 포스톨의 애플 내부 평판을 고려해보면, 다소 완곡한 어법으로 적혀 있긴 하지만, 보도 자료 제목은 '포스톨은 애플이 화합하는데 있어 장애물이었지만 그는 애플을 떠났으며, 아이브와 맨스필드, 큐, 패더리기가 그의 책임을 나눠맡았다.''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페러디기의 경력 역시 포스톨처럼 NeXT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2009년 애플로 돌아 온 이후 빠른 승진길을 걸어왔다. 5달 전에 은퇴했다, 은퇴를 번복하는 등 꽤나 흥미진진한 한 해를 보낸 맨스필드는 무선 기술 및 반도체 기술을 관장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Technology)' 부서를 이끌게 된다. 또 지도(Map) 업무 적임자로 에디 큐 외에 누구를 논할 수 있겠는가? 에디큐는 재앙과도 같았단 모바일미(MobileMe)를 완벽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iCloud로 훌륭히 변모시킨 사람이니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소식꺼리는 조니 아이브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망라한 모든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관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아무리 과장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포스트 잡스 시대에 애플 UI 디자인 책임자가 누가 될 것인지 많은 외부 관찰자들이 의문을 품어왔다. 오늘은 그에 대한 해답이 나온 날이다. '조니 아이브'



출처
• Daring Fireball: Forstall Out; Ive Up
Apple Press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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