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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번역] 아난드텍 레티나 맥북프로 리뷰 - 4. 노트북 디스플레이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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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디스플레이의 제왕

애플은 지난 몇 년간 최상급 디스플레이를 컨슈머 노트북에 장착해 왔습니다. 하지만 차세대 맥북프로에 장착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이들과는 아예 차원(*league of its own)이 다릅니다. 아이패드나 아이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설명할 때 사용되는 “그림 같은” 이라는 용어는 제가 그리 좋아하는 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레티나 맥북프로의 디스플레이를 묘사할 용어로 이것 이외에는 달리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말이 없습니다.  서체들이 정말 그림처럼 화면에 그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런 효과는 어떤 두 가지 노력의 산물입니다.

첫째로 커버 글라스의 제거를 꼽을 수 있습니다. LCD 패널은 사실 외관이 그리 이쁘장한 물건은 아닙니다. 최상층에 있는 두 겹의 유리 레이어 밑으로 여러 장의 필터들이 층층히 쌓여있는 꽤나 못난 사각형들의 조합물입니다. 못생긴 모서리를 감추기 위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디스플레이 주변을 베젤로 덮어놓는 방법을 주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베젤조차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베젤의 폭을 줄이기 위해 제조사들은 또 무던히 애를 써야 했습니다. 그러다 아예 LCD 패널 전체를 또 다른 유리로 덮어버리는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이 방식을 이용해 베젤과 LCD 패널이 마치 하나의 부품인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의 가장 바깥쪽에는 커버 글라스로 불리는 유리로 덮혀있고, 글로시한 화면을 가진 맥에는 이 커버 글라스가 어김없이 씌워져 있습니다. 한번이라도 시네마 디스플레이나 썬더볼트 디스플레이, 혹은 아이맥을 분해해 보신 분들이라면 이 커버 글라스가 말 그대로 유리로 된 판때기에 불과하며 뽁뽁이로 쉽게 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겁니다.

(위 사진) 일반 맥북프로의 경우 커버 글라스와 LCD 패널  최상층 레이어 사이에 있는 공간을 볼 수 있음

레티나 맥북프로의 디스플레이는 이런 커버 글라스를 제거함은 물론, LCD 자체의 구조도 꽤 독특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LCD 패널의 최상층에는 두겹의 유리 레이어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두 유리 레이어의 크기와 모양을 달리하여 최상층의 유리 레이어가 마치 베젤처럼 보이는 효과를 유도했습니다. 이 때문에 커버 글라스를 씌웠을 때와 흡사한 디자인을 연출하면서도 커버 글라스로 인해 더 심해지던 화면 반사를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또 커버 글라스와 LCD 패널 사이에 먼지가 갇히는 문제에서도 자유로워졌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비싼 LCD 패널을 보호해주는 장치 없어졌다는 단점도 동시에 발생합니다. 이제 디스플레이가 긁히면 커버 글라스가 아닌 LCD 자체에 흠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매트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이미 유념하고 있을 만한 사항입니다만 커버 글라스라는 보호 장치가 있던 글로시 스크린 사용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문제라 언급을 따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 사진) 레티나 맥북프로. 커버 글라스도 없고 공간도 없음

(위 사진) 2011 맥북프로. 고해상도 매트 디스플레이. 베젤만 있고 커버 글라스는 없음

(위 사진) 왼쪽부터: 2010 고해상도 글로시-스크린 MBP, 2012 레티나 맥북프로, 2011 고해상도 매트-스크린 MBP

(위 사진) 글레어 테스트 - 2011 고해상도 글로시-스크린 MBP (왼쪽) vs. 2012 레티나 맥북프로 (오른쪽)

(위 사진) 글레어 테스트 - 2012 레티나 맥북프로 (왼쪽) vs. 2011 고해상도 매트-스크린 MBP (오른쪽)

둘째로, 두말 할 것 없이 애플이 맥북프로의 패널에 2880 x 1800의 초고해상도를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애플 27인치 썬더볼트 디스플레이 모델에 비해 무려 44.6%나 픽셀이 더 많은 것이고, 아주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30인치 패널과 비교해 봐도 26.6%나 더 많은 픽셀 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 불과 15.4인치 크기의 노트북 디스플레이가 말입니다.

(위 사진) 아이포토 아이콘. 2011 고해상도 맥북프로 (왼쪽) vs. 레티나 디스플레이 MBP (오른쪽)

인치당 220 픽셀은 오늘날 판매되는 노트북 패널 중에서도 화소의 밀도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일반적인 노트북⟷사용자간의 거리에서뿐만 아니라 얼굴을 화면 가까이에 갖다 대어봐도 제 눈으로는 화소 하나하나를 구별해 낼 수 없었습니다.

커버 글라스의 제거와 극도로 높은 픽셀 밀도, 이 두가지의 조합으로 인해 서체와 UI 객채들이 마치 그림처럼 화면에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환상적입니다.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이보다 아름다운 패널을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을 불문하고 더 이상 다른 디스플레이는 아예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눈 높이가 올라간 것 같습니다.

뉴 아이패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훌륭하지만, 레티나 맥북프로의 디스플레이가 선사하는 경험은 그 보다 훨씬 더 충격적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시간을 타블렛 화면이 아닌 일반적인 모니터를 이용해 왔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티나 맥북프로의 디스플레이가 그동안 애플이 선보였던 그 어떤 레티나 디스플레이보다 저를 더 들뜨게 만듭니다.

애플은 단순히 디스플레이의 픽셀 밀도만 올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처럼 애플은 TN 기술을 버리고 IPS 기술이 들어간 패널을 맥북프로 디스플레이에 도입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야각이 놀라울 정도로 개선되었습니다. 사실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있어 시야각은 크게 문제가 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제 주변 사람들이 저의 등넘어에서 화면을 봐야하는 경우 빛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탄을 자아내는 디스플레이 - 아주 극단적인 각도로 화면을 바라볼 경우 화면의 가장자리의 밝기가 감소하는 면은 있습니다만 화면의 색상 변화는 전혀 감지할 수 없습니다. 사실 앞서 말씀드린 그림을 그린듯한 효과는 이런 극단적인 각도에서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위 사진) 정면에서 바라본 레티나 맥북프로

(위 사진) 왼쪽에서 바라본 레티나 맥북프로

실 사용자가 체감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여러 특성중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아마 사용자의 눈이 화면의 수직을 벗어나, 위에서 내려보거나 아래쪽에서 올려볼 때도 화면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는 것 일것입니다. 이 리뷰의 앞부분의 상당량은 비행기 탑승 중 레티나 맥북프로를 허벅지 위에 놓고 작성한 것인데, 15.4’인치 노트북을 허벅지 위에 놓고 사용한다는 것은 화면을 요상한 각도로 내려보게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앞사람이 좌석을 뒤로 확 재치는 경우 rMBP의 얇은 크기는 그 장점을 발휘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IPS 패널이 장착된 레티나 맥북프로의 강점은 화면과 눈이 제대로 정렬될 수 없는 이런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습니다.

(위 사진) 2010 글로시 맥북프로 (왼쪽) vs. 2012 레티나 맥북프로 (오른쪽)

(위 사진) 2010 글로시 맥북프로 (왼쪽) vs. 2012 레티나 맥북프로 (오른쪽)